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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29일 - 성체조배

성체조배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하느님과 대화를 하며 살도록 초대되었다. 이 대화를 통하여 조금씩 하느님의 사랑이 무엇인지 알아듣고, 그 사랑으로 우리가 창조되었음을 고백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바로 그 사랑으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고, 그 사랑에 우리 자신을 온전히 내어드리며 가장 인간답게 사는 영성생활을 시작하게 된다(제2차 바티칸 공의회, 현대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 헌장 「기쁨과 희망」, 19항).

하느님께서 우리와 대화를 나누시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느님께서도 우리와 하나가 되기를 원하시기 때문이다. 하느님과 하나가 되려면 자연히 하느님께서 거룩하신 것처럼 우리도 그분을 닮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성체조배를 통한 하느님과의 대화는 우리가 하느님을 닮아 거룩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이끌어줄 것이다. 또한 성체조배는 현대인에게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뜻을 가장 잘 실천할 수 있게 하는 기도이기도 하다. 


1. 성체조배의 성격

성체조배란 성체 안에 예수님께서 계시다는 것을 믿고 예수님께 흠숭과 존경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성체신심행위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데 성체조배는 성체성사가 무엇인지 모르고는 제대로 할 수 없다. 성체성사가 없는 성체조배는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성체조배는 침묵 중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성체성사(미사)의 근본정신인 섬김과 나눔의 참된 의미를 더욱 깊이 깨달으려는 개인 기도의 성격이 강하다. 또한 성체조배는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구체적인 체험들을 바탕으로 성체성사를 생활화하는 기도이다. 따라서 성체조배를 미사 전에 하면 개인적으로 미사를 준비하는 기도가 될 수 있고, 미사 후에 하면 예수님과 더욱 깊고 지속적인 일치를 갖게 된다. 

성체조배는 침묵 중에 예수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는 개인적인 기도이므로, 성체 앞에 아무리 많은 사람이 모여 앉아 함께 기도를 해도, 또 성체조배를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도자가 함께하여도, 예수님과 나 사이의 관계에서만 이루어지는 친밀한 만남의 기도이고, 예수님과 내가 나누는 사랑의 밀어이다.

          금요일 오후5-6:30(성당)
                                첫금요일 8:30-19:30(소성당)

2. 성체조배의 필요성

1) 예수님과 하나 되기

우리는 세례를 받으면서 이미 예수님과 하나로 일치되었고(1고린 12,13; 로마 6,4-5; 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 「인류의 빛」, 7항), 성체를 받아 모실 때마다 예수님과 하나가 되고 우리끼리도 모두 하나로 결합된다(1고린 10,17; 12,12; 교회헌장, 7항). 곧 우리는 예수님과 일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씨앗을 몸에 받은 것이다. 이 씨앗은 예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우리의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을 것이다. 그리고 온 마음을 다하고, 영혼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예수님을 사랑할 때 비로소 꽃을 피울 것이다. 성체조배는 성령께서 이끄시는 대로 자기 자신을 맡기고 조용히 기다리며 결국 예수님과 하나 되기에 가장 좋은 기도 방법이다.

2) 예수님 흠숭

영성체가 끝났다고 성체에 대한 감사행위가 끝나서는 안 될 것이다. 영성체 후에도 우리는 마음을 모아 흠숭과 감사의 기도를 드려야 한다(비오 12세, 교황 회칙 「하느님의 중개자」, 123항). 어떤 형태의 신심행위도 그 신심이 지향하는 목표는 성체를 흠숭하는 데 있다. 다시 말해서 성체를 흠숭하는 것은 모든 신심행위가 도달해야 하는 종착점인 동시에, 모든 신심행위가 모이는 구심점이다(예부성성, 성체신비 공경에 관한 훈령 「성체 신비」, 6항). 또한 성체조배는 그 자체가 성체 안에 계신 예수님을 흠숭하는 것이다.

3) 예수님과 대화 나누기

예수님과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우리의 성소이다. 우리는 마리아처럼 조용히 예수님 발치에 앉아 그분의 말씀을 들어야 한다. 이 자세야말로 곧 성체조배의 자세이다. 예수님과 대화를 나누는 성체조배는 기도의 효력을 경험으로 배우고, 기도가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 충분한 도움을 준다(바오로 6세, 교황 회칙 「신앙의 신비」, 67항). 성덕의 길로 나아가는 데 예수님과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신심행위는 이 땅 위에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신앙의 신비」, 67항).

4) 은 총

성체 안에 현존하여 계시는 예수님은 은총의 주인이시다. 은총의 주인이신 예수님께서 성체 안에 머물러계시기에 교회는 모든 신자가 성체 앞에 나아가 끊임없이 필요한 천상의 은총과 지상의 은총을 청하도록 명령한다( 「하느님의 중개자」, 131항). 또한 성체 안에 교회의 모든 영적 보화이신 예수님께서 계시기에 당연히 영성생활에 필요한 모든 은총, 정화의 은총, 조명의 은총, 성화의 은총을 청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은총을 청하기에 가장 적절한 기도가 성체조배이다.

5) 사랑의 완성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성령의 활동으로 우리 마음 안에 당신의 사랑을 불어넣어 주시고 당신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서 좋은 씨앗처럼 자라나서 열매를 맺도록 하셨다(교회헌장, 42항 참조). 사실 모든 그리스도 신자들은 죽는 날까지 사랑으로 완성되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예수님을 특별히 흠숭하고 사랑하는 사람은 예수님께서 베풀어주신 무한한 사랑에 신속하고 고결한 사랑으로 응답하며 사랑을 완성하여 간다. 이는 성체조배가 우리 영혼에 하느님의 사랑을 완성할 수 있는 강력한 추진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성체조배를 하면 사사로운 이득을 찾기보다 먼저 공동의 이익을 생각하게 되고, 또한 우리 모두가 성체 안에서 한 몸을 이룬다는 것을 알고 믿기 때문에 우리의 사랑을 전 세계의 영역까지 확산하게 한다. 

이 밖에도 성체조배는 예수님께서 성체성사를 통하여 당신 몸의 지체들 안에 끊임없이 영원한 생명을 부어주시는 구원의 신비에 더욱 깊고 완전하게 참여하게 하며, 참된 복음의 선교사로 거듭나게 한다. 

           매월 첫금요일 8:30-19:30(소성당)

3. 성체조배 방법

성체조배의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하나는 육체적인 면에서 살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신적이고 영적인 면에서 살피는 것이다. 수련이 필요하기 때문에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하지만, 사실 성체조배는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야 하기에 한 가지로 통합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인간은 육체와 영혼으로 구성된 단일체이기 때문이다(사목헌장, 14항). 

1) 몸 풀기

성체조배를 하며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는 것은 우리 몸이 미처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인데, 오랜 시간 하는 성체조배는 몸이 풀려있어야 몸을 잊고 제대로 할 수 있다. 가만히 앉아있는 것이 보기에는 편하고 쉬울 것 같지만, 실제로 조용히 성체조배를 하는 사람들 곁에서 움직이지 않고 소리 없이 앉아있으려면 어느 정도 몸이 풀려있어야만 한다. 몸이 굳어져있으면 같은 자세를 오래도록 유지하기가 힘들다.

몸 풀기를 하는 것은 우리가 육체를 지니고 있는 존재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겸손한 태도이다. 이렇듯이 몸 풀기는 윤리적인 차원에서도 필요하고 영성적인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전 인격적으로 부르시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몸과 마음이 조화를 이루어 응답하고자, 또한 정서적인 성숙을 위해서도 어느 정도 몸 풀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주의할 것은 성체조배를 위한 몸 풀기는 운동선수들이 하는 준비운동과는 아주 다르다는 것이다. 운동선수의 준비운동이 능동적이고 힘으로 하는 것이라면 우리의 몸 풀기는 수동적이고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그러면 언제 어떻게 우리의 몸을 풀어야 할 것인가? 화살기도나 30분 이하의 시간만 기도를 할 때에는 따로 몸 풀기를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1시간 이상 매일 성체조배를 할 경우는 다르다. 몸이 풀려있어야 몸에 신경을 쓰지 않고 성체 안에 계신 예수님께 마음을 모아 기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몸 풀기는 의식을 가지고 같은 동작을 몇 번이고 반복하는 것이다. 주변환경이 허락되면 소리를 내어 성모송이나 다른 기도문을 암송하며 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으면 마음속으로 기도하면서 각 동작에 의식을 집중하며 한다. 이렇게 하면 의식이 수련되고, 집중력도 증가되는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몸을 풀고 올바른 자세로 성체조배를 하며 몸을 잊으면 많은 경우 결리고 아픈 부위가 풀리기도 한다.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기(氣)운동, 요가, 불가운동 등에서 제시하는 방법들도 몸 풀기에 도움을 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제시하는 방법을 따라 하면서 명심해야 할 것은 몸 풀기는 성체조배를 하여 예수님을 만나기 위한 준비이지 성체조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성체조배는 하지 않고 몸 풀기만 해서는 안 된다. 몸 풀기를 하여 몸이 좋아지고, 마음의 평정을 경험하며 좋았던 느낌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려고 몸 풀기에만 몰두하는 것은 잘못이다.

2) 마음의 준비

· 마음가짐

성체조배를 하기 전에 지녀야 할 마음가짐은 지금 하려는 성체조배가 나의 마지막 성체조배인 것처럼 하는 것이다. 곧 이 성체조배를 하면서 예수님을 만나지 못하면 이제 더 이상 기회가 없다는 마음을 갖는다. 사실 지금 만나지 못하고 내일로만 미루면 예수님을 평생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또한 내가 앉아서 성체조배를 하지만 내가 아니라 내 안에서 하느님께서, 예수님께서, 성령님께서, 성모님께서 기도하시는 것처럼, 내 안에 하느님 아버지, 예수님, 성령님, 그리고 성모님을 모신 몸과 마음가짐으로 성체조배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리던 임을 만나는 기쁜 마음으로 하며, 혼자 앉아있지만 온 인류를 대표하여 앉아있듯이, 나만을 위하여 성체조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를 위하여 성체조배를 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 흠숭의 예

성체조배실에 들어가면 먼저 겸손한 자세(무릎을 꿇거나, 장궤)로 성호를 긋고, 성체 안에 계시는 예수님께 온 마음, 온 정성으로 큰절을 올리면서 흠숭의 예를 드린다. 이때 ‘예수 성심 호칭기도’나 ‘모든 성인 호칭기도’를 드리면 좋다.

· 몸과 마음의 일치

성체조배를 하는 때와 장소와 환경에 따라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을 통하여 몸과 마음을 일치시킨다. 예를 들어 주변이 시끄러우면 청각을 이용하여 몸과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냄새가 많으면 후각을 이용하여 몸과 마음을 모을 수 있다. 또한 성체에 시선을 모으며 시각을 통하여 할 수도 있고, 몸의 촉각을 느끼며 몸과 마음을 하나로 할 수도 있겠다. 

눈을 감거나 뜨는 것은 자유롭게 할 것이다. 기도를 하다 보면 살짝 눈이 뜨이기도 하고, 감기게도 되므로 구태여 한 가지 방법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원리는 감각 기능이 느끼는 것을 의식이 따라가는 것이다. 오관이 느끼는 것을 의식이 따라가면 긴장이 해소되고 몸과 마음이 고요해지며 하나가 된다(앤서니 드 멜로,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 성바오로 출판사, 1987년, 14-61면). 느낌을 의식하여 느낌에 집중하면 자연스럽게 마음과 몸이 따로 갈 수 없다.

몸과 마음이 일치된 후에는 사랑, 믿음, 희망, 이웃, 용서 등과 같이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성체조배를 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성체조배를 하다 보면 길을 잃고 헤매듯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선정된 주제가 있으면 길잡이 역할을 한다.

· 자기소개와 봉헌 기도

오관을 통하여 몸과 마음이 고요하게 하나가 되면 성체 안에 계신 예수님을 “예수님, 예수님, 예수님” 하고 세 번 정도 부르며 예수님 앞에 내가 있음을 의식하고 예수님을 느낀다. 그리고 성체 안에 계신 예수님께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을 하러 왔는지 소개하며 인사를 드린다. 매일 성체조배를 하는 경우에는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말씀드리고,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사람은 일주일 동안 있었던 일을, 한 달에 한 번 피정하듯이 하는 사람은 한 달 동안의 일을 간략하게 말씀드린다. 예수님께 자신을 자꾸 소개하다 보면 자기 자신이 자기를 어떻게 평가하고, 수용하고, 대하는지 알게 되고 점점 자기를 올바르게 평가하게 된다.

자기소개가 끝나면 성모님께, 하느님 아버지께, 예수님께, 성령님께 자신을 의탁하고 봉헌하는 기도를 드린다. 특별히 성령님께 우리의 마음을 비추어주시도록 도움을 청한다. 자기를 봉헌하는 기도는 자유롭게 하는 것이 좋으나 ‘예수 성심께 자신을 봉헌하는 기도’나 ‘성모님께 자신을 봉헌하는 기도’를 바칠 수도 있겠다.

· 겸손의 기도 

주님께 잘못한 것에 대해 용서를 청하고, 주님의 자비를 구하는 기도를 한다. 여기서 조심할 것은 자기 죄에 너무 오래 머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성체조배는 예수님을 조배하는 것이지 죄를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록 우리가 예수님 앞에 나올 자격도 없고 그분과 하나 될 처지도 아니지만 그분의 사랑이 우리의 어떤 죄보다도 크시기에, 성체조배를 하며 감히 죄의 용서를 청하고, 하나 될 것을 청하는 것이다. 하느님은 아무리 큰 죄인이라도 그 죄인이 죽기를 바라지 않으시고 구원을 받게 되기를 원하신다.

· 묵상기도

묵상기도를 하며 내적으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마음의 자세는 “주님은 사랑이시다.”라는 성서 말씀을 지니는 것이다.

성서 말씀으로 묵상할 때는 그 말씀이 하느님께서 나에게 ‘바로 지금’ 하시는 말씀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말씀이 그대로 내게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묵상하는 것이다. 방법은 예수님의 탄생, 수난, 부활, 설교, 기적 사화 등을 자유로이 선택하여 묵상할 수도 있고, 매일 성체조배를 하는 경우는 그날의 복음 말씀을 읽고 묵상하여도 좋다. 많이 읽고 묵상하는 것보다 조금만 읽고 예수님을 많이 만나는 것이 좋으며,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마음과 뜻, 말마디에서 풍기는 분위기와 느낌, 전해져 오는 움직임과 마음 상태 등을 조금씩 헤아리며 예수님을 깊게 만나는 것이 좋다. 또한 예수님을 잘 느낄 수 있는 구절이나 단어가 있으면 계속해서 반복하며 충분히 머무른다. 한편, 호흡에 맞추어 기도하면 집중력이 더욱 커진다.

분심이 많이 들고, 기도가 어렵거나 무미건조할 때에는 성인전이나 영적 독서를 하며 묵상을 하면 도움이 된다. 이 영적 독서나 성인전에서 읽은 체험을 간접적으로 느껴보며 따라서 해볼 수도 있다. 또 성인이 주님께 받은 은총을 자신에게도 주시도록 청할 수 있고, 성인에게는 나도 성인과 같은 은총을 받을 수 있도록 전구해 달라고 도움을 청할 수도 있다. 이때도 많이, 빨리 체험하려는 조급함보다는 성인들이 체험한 예수님을 기억해 보며 간접적인 체험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또한, 하루 중 일어난 체험적인 사건이나 일상의 삶을 가지고 주님과 대화하면서 기도할 수도 있다. 체험적인 사건이나 일상의 사건 중에 함께하신 예수님을 만나는 것이다. 이때 조심할 것은 예수님을 만나고 예수님 안에 머물러야지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자기 자신을 분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자기 자신을 너무 자주 바라보면 소심증, 세심증, 신경증 등에 빠지기 쉽고 구원으로부터 멀어지기 때문이다. 스스로 자기를 완벽하게 하려는 유혹에 빠지게 되면 교만해지고 자기 안에 갇히게 된다. 우리는 스스로 자신을 구원할 수 없다. 우리는 구세주가 아니라 죄인이기 때문에 아픈 부위만 보며 슬픔에 머무르기보다는 끊임없이 예수님을 바라보아야 살아날 수 있다. 예수님만이 우리의 구세주이기 때문이다.

성체조배를 하다 보면 분심이 생겨 오히려 마음이 불편해지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분심은 그날그날의 내적 숙제를 하지 않아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제때에 자신을 바라보며 풀어주지 않은 숙제들이 앙금으로 남아서 떠돌아다니는데, 분주할 때는 느끼지 못하여 마치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이 살다가 조용히 앉아있으면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 안의 분심을 보면 갑자기 생겨난 듯 호들갑을 떨지만 사실은 항상 내면에 함께 있었던 자신의 근본적 문제들이 바로 분심이다. 모두 자기를 버리지 못해서 비롯된 것이고 단적으로는 게으름의 결과이고, 믿음이 없는 결과이고, 욕심이 많은 결과이다. 

그러므로 분심이 많다고 걱정할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하나하나 숙제를 해나가듯이 여유를 가지고 조금씩 풀어가야 하는 것이다. 한꺼번에, 단번에 풀어보려는 욕심만 버리면 분심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일 때는 분심의 내용을 메모지에 적어 정리하고, 그 내용을 의식하면서 주님께 봉헌하여 정화시켜 주시기를 청원한다. 사사로운 분심은 인내를 가지고 물리치고자 노력하면 될 것이다. 재물이 있는 곳에 내 마음도 있다는 말씀을 새겨듣는 것이 분심을 푸는 열쇠이다.

· 사랑의 기도

몸과 마음과 영혼이 침잠되면 고요히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자신을 내어드리고 침묵으로 사랑의 대화를 시작한다.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 자신을 내어드리고, 주님 사랑에 자신을 내맡기며, 마음으로 주님을 바라보면서 고요히 사랑을 고백한다.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이때 “오소서 성령님”을 반복해서 기도하며 성령께 나의 온몸을 조목조목 내어드린다. 내 안이 성령으로 가득 차도록 성령께 자신을 내어놓는 것이다. 그리고 성령께서 이끄시는 대로, 사랑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듯이, 많은 시편을 노래한 다윗처럼 사랑의 찬미가를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 드리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하느님께서 말씀하시는 사랑의 밀어를 듣는다.

· 청원기도와 결심 

기도를 마칠 때가 되면 주님께서 내려주신 은총에 감사드리는 기도와 함께 기억하고 싶은 형제들과 친지, 본당 신부와 수녀들, 교구장과 어려움 중에 있는 사람들과 나라, 교회를 위하여 청원기도를 하고, 주님과 이웃에게 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랑의 실천을 결심한다. 그리고 마침기도로 자유기도를 바치고 성체 안에 계신 예수님께 큰절을 드리고 성체조배실을 나온다. 이렇게 성체조배를 마친 다음 성체조배실에서 나와 적당한 장소에서 주님을 더욱 사랑하는 데 도움이 되는 깨우침과 영적 체험이 있으면 개인 묵상 노트에 적는다.

[사목, 2005년 8월호, 김기화(서울대교구 세검정본당 주임신부 · 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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